한줄 詩

자화상 - 김추인

마루안 2018. 1. 27. 20:52



자화상 - 김추인



늘 저기가 문제다


멀리를 욕심하고 가까이를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다
먼 데 바람에도 쓸쓸히 그늘지는
독단의 섬이다
마주 오는 시선을 피한다
지그시 스미는 온기며 끈끈한 체취
의식 바깥으로 밀어내며
팔 뻗어도 닿지 않는 먼 풍광을 쫓는다
탈주를 꿈꾸는 자
꿈속도 쓸쓸하다
저 홀로 배가 되어야 하는 섬이다


철서덕 철서덕 파도를 돌려세우며 오늘은 말고
날마다 오늘은 말고



*시집, 프렌치키스의 암호, 시와시학








보험설계사 안씨 - 김추인



주변의 작은 믿음들을 버무려 꿰어야 한다
오늘은 주름진 옛정이 떡밥이다


인연의 질긴 끈들을 당겨
친인척을 핑계 삼고
납덩이보다 무거운 청탁 하나 매단다
아직 어망은 비었고
어둑살 들면 마음 가팔라
친구의 빈 주머니에 낚시를 슬쩍 찔러 두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일도 없이 이리 급한 것이냐
신출 설계사 안씨는
잉걸불에 댄 듯 낯이 홧홧하다


친구야 미안하다 다음 생엔 네 부탁을 내 들어주마
네 사냥감이 되어 네 밥이 되어 주마


사냥 나온 인디언 가장처럼 세상의 숲에 대고 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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