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별빛이 늙은 몸에 걸려 꿈꾼다 - 김윤배

마루안 2018. 1. 25. 19:01

 

 

별빛이 늙은 몸에 걸려 꿈꾼다 - 김윤배


모든 존재는 별빛에 걸려 꿈꾼다

밤의 강물, 새벽 산길
별빛에 걸려 꿈꾸고
말들의 누더기, 무겁게 휘어진 생애
별빛에 걸려 꿈꾼다

모든 존재에 꿈이 있다면
존재로 드는 길이 있을 것이다
모든 존재에 길이 있다면
길로 드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길 위에 물끄러미 서 있는 늙은 사람 하나 있다
늙은 사람은 별빛에 걸려 꿈꾸지 않는다
별빛이 그의 늙은 몸에 걸려 꿈꾼다


*시집,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 세계사


 

 



머물고 떠남이 소리 속 피멍울 - 김윤배
-함동정월 16


소리 있는 곳이면
그곳에 나 있어
댓잎 사운대는 소리 속이거나
달빛 부서져 삐걱이는 문 소리 속이거나
풍장의 뼈마디 치고 나가는
떠돌이 광대의 휘파람소리 속이거나
내 젓대 머물러
아린 구멍 열고 닫나니
소리 있는 곳이면
당신 시퍼런 투기 코웃음치며
화류방 몇 날 몇 밤 질탕하던 바람기도
색탐만은 아니었나니

내 머무는 곳에 소리 있고
내 떠나는 곳에 소리 있는 것을
머물고 떠남이 소리 속
피멍의 장단인 것을
오늘은 소리 없이 떠나는 길
전생의 팍팍한 길
이 길 끝에 당신 서늘한 눈매
소리 지우고
날 반길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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