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 - 심봉석

마루안 2018. 1. 24. 20:26

 

 

 

다소 민망한 제목과는 달리 현직 비뇨기과 의사의 유용한 의학 상식이 알차게 실렸다. 치질 등 항문 질환과 함께 생식기와 연관된 비뇨기 질환은 드러내 놓고 말하기 민망한 부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항문 질환과 비뇨기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고 있다.

50대 들어 건강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전에는 되레 건강 챙기는 사람을 비웃었다. 얼마나 천년 만년 살려고 저럴까 속으로 비웃었다. 워낙 건강 체질이기는 했어도 세월은 속일 수 없는지 몸에 조금씩 잔고장이 생기면서 이런 책도 손에 잡게 된다.

작년 들어선가. 언젠가 오줌발이 약해진 걸 느낀다. 비아그라 먹을 정도는 아니고 발기력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밤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게 된다. 전에는 없던  일이다.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시체처럼 잤고 도중에 화장실 가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 그랬다. 오십대가 되면 비뇨기 질환이 생길 수 있으니 검사를 받아 보란다.

작년에 난생 처음 비뇨기과에 가서 소변 검사를 받았다. 큰 문제는 없었다. 병원에서는 이런저런 검사를 유도했지만 무시했다. 이후 비뇨기에 대한 상식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잡으니 세 시간 만에 독파할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비뇨기(泌尿器)와 생식기(生殖器)는 사는 데 꼭 필요하면서 부끄럽게 여기는 기관이다. 누구에게나 다 달려있으나 입에 올리기 민망한 곳, 그러나 책 내용은 유용한 상식으로 가득했다. 소변은 생각보다 깨끗하다는 것, 비뇨기 구조가 남녀가 달라서 질병 또한 차이가 있음을 세밀하게 설명한다.

섹스와 비뇨기는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말하며 심지어 한국인의 평균 성기 싸이즈와 섹스 횟수까지 설명하고 있다. 영화 속 비뇨기 질환에서부터 노인의 소변 지리기까지 의사가 공부하고 현장에서 체험한 비뇨기 질환의 보고서이자 성기 인문학서다.

인간이 살기 위해 먹고 자고 싸는 3대 생존 종목에서 유일하게 2가지를 하는 기관이 비뇨기다. 싸고(배설)와 하고(섹스)다. 그래서 비뇨기에 문제가 생기면 2가지가 동시에 고통을 받는다. 누군들 질병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도 이런 책에서 얻은 상식이 쌓이면 작은 예방이나 질병에 닥쳤을 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오늘도 열심히 털고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