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중간쯤의 이별에게 - 이서인

마루안 2018. 1. 16. 21:30



중간쯤의 이별에게 - 이서인



그대는
점을 찍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붉으리


그대 쉴 곳 길 위에 있어도
나는 가리



*시집, 그 여름의 속기사는 창녀였다, 운향








모과 네 개와 인생 - 이서인



청주에 있는
무심천
하류를 따라
억새 우수수 펼쳐져 있는
둑길을 한 인생이 내려간다
스스로 하류인생이라며
하늘에게 미안해하던 또 한 인생 겹친다
겹친 인생 하류 따라 마저 걷고
눈 쌓인 비닐하우스
녹슨 문 따고 들어간다
한 인생은 오래된 음악을 찾고
한 인생은 목 부러진 난로를 켠다
탁자 위 먼지 낀 그릇보다
모과 네 개가 그들보다는 순서대로
인생을 정돈하고 있다





# 독자 여러분께

편집 실수로 목차의 페이지가 잘못 인쇄되었습니다. 저자와 독자에게 큰 결례이므로 다시 제작을 해야 마땅합니다만 시인은 이 상처를 자기 얼굴에 박힌 작은 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십니다. 시인의 마음이 독자의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시집을 그냥 내보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 편집자 올림


이 시집에는 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별책 부록으로 책갈피에 엽서처럼 끼워져 있다. 나는 이것이 시인 줄 알았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때론 진상 독자가 필요하기도 하건만 낭떠러지에 걸린 시집 하나 잡고 보니 바람이었다. 짝사랑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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