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 오종문

마루안 2018. 1. 15. 19:59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 오종문



겉꾸림을 버리는 것
몸 밑천 돌려주는 것
마음에 품을 칼을 칼집에 채우는 것
사는 게 싱거워지고 더러 살속 잃는 것


뼈마디 다스리는 것
더 많은 죄 짓는 것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많아지는 것
한눈 판 삶의 무늬가 산빛 물빛 닮는 것


가진 것 다 내주는 것
은결든 일 껴안는 것
징글징글 사람의 정 잘라 내고 꽃 피는 것
한본새 살터를 찾아 봄소풍을 떠나는 것



*시집, 지상의 한 집에 들다, 이미지북








황폐한 옛집에 서다 - 오종문



고통의 삶 빼고 나면 살날 그 얼마인가
산다는 건 또다시 많은 죄를 짓는 일
오래된 마음의 감옥
무시로 갇히는 일


그래, 내 기억에서 무엇을 지운다는 건
어떤 추억 속에 마음이 폐허 되는 것
그 위에 욕망의 집 한 채
또 세우고 허무는 것


여기서 갈 길 잃고 쓰러질 것 알았던가
상처 곪아 터지도록 견디고 또 견디었을
힘들게 살아온 길에
강물 소리 묻어 있다


오늘 한 날씩 슬리는 가을 햇살 경영하며
세상에 감나무 한 잎 물들일 수 있다면
황폐한 그 집 골방에
편한 잠 잘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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