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노동여지도 - 박점규

마루안 2018. 1. 8. 12:01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빌린 제목이 독특하다. 노동여지도는 조선후기 김정호가 조선팔도 곳곳을 걷고 산을 오르면서 기록한 지도처럼 노동운동가 박점규가 남한 곳곳을 찾아 다니며 현재의 노동현실을 지도로 완성했다. 노동현장 답사기라 해도 되겠다.

그만큼 값진 책이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 하면서도 육체적인 노동은 여전히 천시를 받고 있다. 거기다가 노동 현장도 사무직보다 기술직이 훨씬 열악하면서 임금도 저렴하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어떤가. 이 책은 그런 현실의 꼼꼼한 보고서다.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시작한 여정은 전국 곳곳 노동 현장을 돌아 출판 도시 파주까지 이어진다. 스물 여덟 곳의 노동 지도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도시 전체가 대기업에 완전히 예속되어 있는 곳도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협력이 아닌 원수 보듯 하는 곳도 있다. 박점규는 이것을 지주보다 마름이 더 미운 법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내 배가 부르면 그만이지 남들 챙기다가 자기 밥줄에 생채기 나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밥통이라는 말이 생겼지 싶다. 정규직은 여전히 금칠된 철밥통이 유지되길 원하고 비정규직은 함께 먹고 살자고 투쟁한다. 슬픈 노동 현실이다.

요즘 미세먼지가 문젠데 이 상태로 가다간 곧 환경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공기는 모두가 함께 마셔야 하기에 모든 계층이 고통을 받는다.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도 공기와 같다. 내 집에 미세먼지만 없애기 위해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돌린 듯 안전하겠는가. 노동 현실 또한 미세먼지 문제처럼 한몸이다. 비정규직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규직 또한 안전할 수 없다.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 그렇다고 대통령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동여지도가 슬픈 지도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든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 그런 세상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