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심수봉 - 김경미

마루안 2017. 12. 21. 23:20

 

 

심수봉 - 김경미


적막하구나 강산
겨울 네 노래를 듣노라면
너무나 평범하던 여대생
뽕짝 들고 나온 가수에 우린 웃었지
노래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고
겨울 밤 네 목소리는 밀주구나
목이 아프다
가슴이 시큰거려 오늘 밤도 잠자기는
글렀는데 겨울 눈 널 따라 천지를 뒤숭숭 흐린
이 강산 가수로 태어나
여성억압사 남한 현대사
호주머니 속 꼬깃 꼬깃 잊고 빨아버린 지폐처럼
값 잃은 한, 뭉뚱그려
나는 행복한 널 왜 떠돈다고
맺힌다고

 

 

*시집,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실천문학사

 

 

 

 

 

 

귀가 - 심수봉

 

 

어린 나이에도 눈치챌 수 있었지

가난과 싸움과 기도소리만 들끓는 집

되도록이면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언제나 가장 마지막까지 동네 아이들 붙잡고

땟물 낀 얼굴로 늦은 밤까지 놀지만

노는 틈틈이 어린 가슴을 파고들던

어둠보다 무섭고 캄캄한 불안이여 절망이여

술래잡기 하던 아이들 집으로 모두 숨어버리고

술래인 나만 남았을 때부터

찾을 사람 없는 세상

돌아갈 곳 없는 세상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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