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소설은 잘 안 읽는다. 읽어도 별로 감동이 없고 시시하게 느껴진다. 어쩔 땐 내가 살아온 날들이 소설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임영태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제목도 참 시적이다. 그이 초기작인 <비디오를 보는 남자>를 읽었던 시절이 아득하다. 왜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쓸쓸함과 함께 모든 삶들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걸까.
읽으면서 줄곳 작가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큰 욕심 없이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는 주인공의 잔잔한 일상이 내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김훈의 소설처럼 빼어난 문장이 있는 것은 아니나 목덜미가 서늘한 대목이 몇 군데 있다. 지인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옛 추억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이토록이나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기 인생의 몰락을 고독하게 대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경탄한다. 이들에겐 기쁨이나 희망은 없지만 슬픔도 절망도 없다. 신의 섭리를 받아내는 무구한 견딤이 있을 뿐이다>. 예전처럼 그의 소설은 여전히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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