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처방 - 김윤환
안압이 오른 후에 의사 왈 신경 쓰지 마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뭐 그리 신경 쓸 일도 무리할 일도 없는 나에게 참 과분한 처방이다 얼핏 들으면 신경 좀 쓰고 살아라, 힘 좀 쓰고 살아라 양심에 독촉하는 듯 들려 약 처방에 인공눈물약이 들어있네 하루 대 여섯 번 눈물을 넣으라네
얼마나 울지 못했으면
얼마나 눈물이 말랐으면
눈물약이라니
참, 눈물이 난다
*시집, 이름의 풍장, 도서출판 애지
녹내장(綠內障) - 김윤환
지천명(知天命) 쉰 살 문턱으로
찾아 온 손님
그 이름 가만히 짚어보니
내면에 기록됨을 막는다 하여
녹내장이라
돌아보면
앞만 보고 달려온 날들
그 좁은 시야로
넓은 세상
꿈꾸며 살았지
점안약 넣을 때마다
놓친 풍경
새록새록 선명하네
두려움보다
그리움이 앞서는
고마운 손님
# 김윤환 시인은 1963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협성대 신학과,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릇에 대한 기억>, <까티뿌난에서 만난 예수>, <이름의 풍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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