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나를 잊기도 하면서 - 윤향기
한 번쯤은
하늘의 별을 헤며 걷다가
그리운 이의 이름을 부르며 걷다가
숲 속에 빠져 길을 잃고 싶다.
불러도
불러도
사람의 목청이 닿지 않는 먼 곳
섬에 갇히어
누군가를 소원처럼 기다리고 싶다.
내 이름도 잊어버리고
웃음도 낯설어지면
쏴
쏴 밀려오는 파도에
깎이는 가슴
앙상하게 남은 마음만 들고
노을 든 벼랑에 서 있고 싶다.
*시집, 내 영혼 속에 네가 지은 집, 문학예술
어떤 예감 - 윤향기
그대가 떠난 것은
오지 않기 위하여 간 것이라지만
다시 오기 위하여
간 것처럼 보입니다.
함께 입은 세월을 벗어
들고 떠난 가방 속엔
그리움만 꽉 채우고
그대가 말없이 떠난 것은
오늘도 돌아오기 위한
시작처럼 보입니다.
# 윤향기 시인은 충남 예산 출생으로 1991년 문학예술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리움을 끌고 가는 수레>, <내 영혼 속에 네가 지은 집>, <굴참나무 숲과 딱따구리>, <엄나무 명상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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