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마루안 2017. 11. 27. 19:46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 청산옥에서 5

 


....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 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윤제림 시집, 사랑을 놓치다, 문학동네







 
강가에서 - 윤제림



처음엔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 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이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 이제 다시 쓴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






#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도 놓친 사랑을 아쉬워 했었다. 그 때부터 이 시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 블로그 입구에 이 시의 구절을 인용해 들어올 때마다 읽곤 했다. 아직도 이 시의 애틋함은 여전하다. 불량 독자의 도둑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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