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땡볕 - 김중식

마루안 2017. 11. 19. 22:53



땡볕 - 김중식

 


태양을 집어삼키고 싶다
해발 육천사백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아픈 사람을 살리는 것은 罪라고 우겼으므로
사람들은 나를 그냥 냅뒀고
그렇게 외롭고 또 고독했던
불구의 봄날을 지나
지금은 그대의 향기에 일사병 걸린 듯
오 감탄사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吳某 여인이여
彼岸(피안)을 핥던 발정난 개가
네 냄새를 좇아서 네 치마폭까지 물게 되었다
참고 참았지만 기어이 참지 못했다
뱀의 피처럼 차가운 理性을 더 차갑게 식히려 했지만
죄짓지 않고는 내 피가 미칠 것 같다
땡볕 아래서 나는 지금 혼자다
여인의 직감이 맞는 거라면
오늘밤 너는 내가 기다리는 곳으로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日出은 핏빛일 것이다.

 


*시집, 황금빛 모서리, 문학과지성


 





 

호라지좆 - 김중식


 
난 원래 그런 놈이다 저 날뛰는 세월에 대책 없이 꽃피우다 들켜버린 놈이고 대놓고 물건 흔드는 정신의 나체주의자이다 오오 좆같은 새끼들 앞에서 이 좆새끼는 얼마나 당당하냐 한 시대가 무너져도 끝끝내 살아남는 놈들 앞에서 내 가시로 내 대가리 찍어서 반쯤 죽을 만큼만 얼굴 붉히는 이 짓은 또한 얼마나 당당하며 변절의 첩첩 산성 속에서 나의 노출증은 얼마나 순결한 할례냐 정당방위냐 우우 좆같은 새끼들아 면죄를 구걸하는 고백도 못 하는 씨발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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