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그리운 이름 - 배홍배

마루안 2016. 8. 19. 09:23



그리운 이름 - 배홍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밤차는 서는 곳마다 종점인데
더듬거리며 어디에도
내리지 못하는 내 사랑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넘어지네
일어나지 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이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 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시집, 단단한 새, 문학의전당








어떤 슬픔 - 배홍배



영등포문고를 나오는데
열리지 않는 문, 잠시
나를 읽다 멈추는
자동감지기를 쳐다보며
나의 생이
허구렁이라는 생각일 때
서점 안으로 다시 들어가
무명작가의 산문집을 하나
사 들고 나왔다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 슬프다
맑은 하늘에 소나기 지나가며
예고 없이 나의 운명을 때릴 때
나는 쓸데없이 울먹였다
나의 육체는 빈 것이었으므로





# 배홍배 시인은 1953년 전남 장흥 출생으로 2000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단단한 새>, <바람의 색깔>이 있다. 오디오 평론가와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산맥 동인으로 오랜 기간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