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길 하나 - 박두규
저물어 가는 낮은 산들의 어둠 사이로
실오라기 같은 길 하나 눈부시게 떠오른다
그래, 맨몸으로 홀로 빛나는 것들에게는
언제나 슬픔이 묻어 있지
어둠 속으로 피어나는 목숨들,
가을 한 철을 보낸 구절초 같은 목숨들이
저리도 눈부신 게야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며
어둠에 떠 있는 길 하나
벗이여, 無明의 세월을 흐르는
저 길의 어디쯤에 그대 있더라도
돌아보지는 말게나
그대 비로소 어둠의 심연에 이르러
지상의 눈부신 길 하나 건너고 있으니
*시집, 숲에 들다, 애지
못난 그리움 - 박두규
끝내 버려지지 않는다
발뒤꿈치 어디쯤 군살이 되었는지
이젠 데리고 살 만하다
흐르고 흘렀어도
세월의 수채 구멍에 끝내 걸려 있는
못난 찌거기 같은 그리움들
그래, 어쩌면 이 질긴 것들이
결국 내 하얀 뼛가루로 남을지 몰라
사람도, 사람들의 흔적도 가버린 지금
마음의 끄트머리에 걸려 있는 너라도 있어
이만큼이라도 버티는지 몰라
아니,이제 너도
생물(生物)이 다 되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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