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과 초여름 사이 - 송경동
가끔 터번 도는 소리만 한적한
공단 철망길 걷다
장미들의 집단 월담을 본다
녹슨 철망 사이사이
실낱 가지로 뻗어 나왔다가
철망 너머 한 뭉치 붉은 꽃몽우리 터트려 놓은
저 무모한 직설들
꽃을 떨구지 않고는
후진이 불가능한 허공
또다시 누군가의 발 밑 짓이겨지더라도
연초록 의지만은 꺾을 수 없다는
저 붉은 모순 덩어리들
내 생에 부디 저 후끈한 발화 다시 있기를
갈비뼈 사이 근질
근질거리는 아, 늦봄과 초여름 사이
*송경동 시집, 꿀잠, 삶창
길 - 송경동
새벽마다 허방을 피해 땅 진맥 짚듯 밟고 가던 비포장길
질통 메고 오르면 출렁이며 하늘그네를 타던 아나방길
오르다 보면 차라리 떨어져 죽고 싶던 고층 철골빔길
파고 들어가다 보면 그곳에라도 방 한 칸 얻고 싶던 어둔 지하 칠흑탕길
하고 많은 길 중에 내가 걸은 노동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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