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화양(花樣) - 성선경

마루안 2016. 5. 20. 23:15



화양(花樣) - 성선경



아름다운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정일근 시인은 화냥년아, 라고 읽었다. 저, 아름다운 봄날이 화냥이라니? 그렇다. 나는 웃었다.


아, 아름다운 화양이여, 우리는 언제 저렇게 아름다운 화양에 가닿나? 화양연화, 화양연화 노래하면 화냥년아, 화냥년아 그렇게 들리지만, 이 좋은 봄날이 화양이면 어떻고 화냥이면 어떠랴.


무지개는 늘 가닿을 수 없는 곳에서 피고, 무릉도원은 늘 남모를 곳에 있다네. 가야 할 길을 버리고 가지 못할 길을 가는 사람아. 우리 웃자.


화양연화, 화양연화 노래하면 화냥년아, 화냥년아 그렇게도 들리지만, 화양연화, 내 인생에 그렇게 아름다운 날이 있었던가? 저기 내가 꾼 봄꿈 같을 화냥년아, 화냥년아,



*시집, <봄, 풋가지行>, 천년의시작








자장면 - 성선경



알 수 없는 우리의 젊은 같은 것
부릉부릉 신속히 배달되기도 하지만
깜깜하게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
번쩍번쩍 철가방에 담겨져 오지만
내놓고 보면 별 신통찮은 것
늘 후회를 하지만 쉽게 손이 가는 것
쫙 찢은 소독저로
서너 번만 슬슬 비비면
그래 금세 하루치의 양식으로 물들어
쉽게 눈부터 풍족해져서
실실 웃음기를 풀풀 날리게 되는 것
별다른 찬이 없어도 되고
냅킨으로 쓱 입만 닦으면
쉽게 이별할 수 있는 것
분명 우리 젊음같이 가벼운 것
꼭 절망 같은 것은 아니라  해도
전화기를 들었다 놓으면 오는 것
아주 캄캄하기도 하고
아주 배부르기도 한 것
그래서 당신과 나 같은 것
별 신통찮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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