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적멸을 위하여 - 조오현 시집

마루안 2015. 11. 22. 22:25

 

 

 

팔순을 훨씬 넘긴 조오현 스님의 시선집이다. 몇년 전에 시집 <아득한 성자>를 냈는데 그때 읽었던 감동을 다시 받는다. 그 시집에 실린 시를 포함해서 초입에 실린 절간 이야기는 긴 문장에도 불구하고 심오함을 느낀다.

이런 것도 시가 되나? 했다가 말미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니 문학의 힘이 이런 것인가 보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불심이 숨어있기에 더욱 그렇다. 윤회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전생이 있었다면 나는 중이었을 것이다. 바람난 중,,,,

앞 부분은 불교소설이라 여기며 읽고 중간 부분은 하이쿠를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 부분은 詩로 읽었다. 내 맘대로다. 마치 세 권의 문학 책을 읽은 기분이다. 일찌기 그의 시집에서 고은 시인과 도올 선생이 스님을 응원하는 그림 문장을 보았다.

10여년 전에 읽었던 시들을 다시 접하니 새록새록 느낌도 다르다. 문장은 그대로인데 나이 먹어 읽으니 다른 향기가 난다. 지나쳤던 시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스님의 심오함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러면 어떠리. 내가 읽어 좋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