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스틸 라이프 - 우베르토 파졸리니

마루안 2016. 2. 1. 05:58

 

 

 

혼자 사는 남자가 혼자 살다가 죽은 사람의 뒷처리를 맡는다. 혼자 사는 남자는 <존 메이>라는 22년 차 구청 공무원이다. 그의 임무는 혼자 살다 죽은 사람의 유품 정리와 장례까지 치른 후 납골을 묘지에 안장하는 일이다.

 

무연고 사망 처리는 정해진 행정서류만 작성해서 보고하고 장례도 형식적으로 하면 그만이지만 존 메이는 성격상 그러지를 못한다. 사망자의 유품에서 연고자의 연락처를 찾아 일일이 소식을 전한다. 무연고자의 가족은 대부분 거절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다.

 

공무원 상사는 지나치게 꼼꼼해서 일처리가 늦는 존 메이가 못마땅하다. 존 메이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각에 출근을 한다. 퇴근 후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저녁 요리를 해서 정해진 정각에 식사를 한다. 친한 친구도 특별한 취미도 없다.

 

한 마디로 참 지루하게 보이는 인생이다. 존 메이는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자기 직업에 더욱 충실한다. 고요한 그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작은 실수를 트집 잡아 해고를 당한다. 메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조용히 자신의 해고를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의 마지막 죽음과 함께 했기 때문일까. 해고 또한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생각한 것이다. 맡고 있던 사람의 마지막 죽음을 처리한 후 메이 또한 예고 없이 사고로 죽음을 당한다. 영화에서는 줄이 뚝 끊기 듯 그의 죽음을 묘사한다. 

 

존 메이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없다. 그가 살았을 때 봤던 풍경이 그의 죽음에서도 그대로다. 마지막은 환타지다. 그가 묻힌 묘지 주변으로 그가 천국으로 안내했던 영혼들이 하나 둘 모여든 것이다. 사람은 혼자 왔다 홀로 떠난다는 것을 이 영화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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