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카트 - 부지영

마루안 2015. 1. 22. 21:00

 

 

 

100만원 남짓 벌어서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는 대형 마트 노동자들 이야기다.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큰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내 복지는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휴게실이라고 해야 청소도구를 넣어두는 한쪽에 전기장판이 깔린 좁은 공간에서 오손도손 점심을 먹고 봉지 커피라도 마실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그들은 이런 조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고 묵묵히 일한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곧 정규직으로 전환을 앞둔 선희를 비롯해 마트 직원들은 느닷없는 전화 문자로 곧 외부 계약직으로 전환이 된다는 회사 방침을 통보받는다.

노동법을 아는 사람에게서 외부 계약직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직장에서 짤리는 것이라는 말에 동요하기 시작하고 이 부당함에 맞서 노조를 결성하게 된다. 그들에게 이전까지는 노조니 파업이니 하는 말은 남의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닥친 현실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만들고 파업을 하게 된다. 이들이 처음부터 파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해고 위험 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요구했다. 자신들의 밥줄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처음엔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조차 거부하던 회사는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는 노조원들을 회유하기 시작한다. 이런 행태는 이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다. 회유에 넘어가 노조를 탈퇴하고 복귀한 노동자가 꼭 있다. 사회의 한 단면이다.

회사의 무관심과 이간질에 분노한 근로자들은 결국 파업에 돌입하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선다. 매장을 점거하고 장기 파업에 돌입한 노조와 매장을 폐쇄하고 불법점거라고 맞서는 회사는 타협점을 찾고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는 픽션이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둔 2007년 홈에버의 비정규직 계산원 등 700 여명을 해고한 이랜드 사태에서 내용을 빌려왔다.

당시 이랜드 사건은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발생시키는 일방적인 외주화에 맞서 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사주측과 싸웠는데 이 싸움 끝에 농성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이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타결되었다.

언제가부터 불법에 대항을 하면 좌빨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시대가 되었다. 좌빨이라는 말이 좌익 빨갱이를 줄인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뒤에서 씹으며 불만을 표하더라도 일단 앞에서는 굽신거리거나 알아서 기어야 모범시민이다.

세상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가만히 앉아 남이 바꿔주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유와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감시와 피의 댓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은 그냥 이뤄지지도 저절로 바뀌지도 않는다. 추천할 만한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