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길도 있다 - 김인호

마루안 2016. 1. 8. 23:59



복수초 - 김인호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길도 있다

 

해는 이울고 길은 멀어 목이 탄다
눈보라가 다시 몰려오고 길이 희미해진다


마음은 내처 달리는데 발걸음은 팍팍하기만 하다
이제 한 구비만 돌아서면
그대에게 닿을 것 같은데


길을 가로막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


생의 길
붉은 팻말의 길에 몇 번이나 들었을까


주춤대는 마음은 뒤를 돌아보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아니,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길도 있다.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 눈빛




 



 
흰얼레지 - 김인호
-내 마음의 발전기, 그대

 

빛나는 곳만이 환한 곳이 아님을 알았다
익숙하지 않은 어둠 속에서 한동안은 비틀거렸지만
암흑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내 마음의 발전기, 그대
그대를 품어 안은 마음은 이내 환해졌다


찬란한 빛 속에 우뚝 서 있어도
마음에 빛이 없다면 한없이 어두울 것이니


빛은 그렇게
우리들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 김인호 시인은 1959년 광주 출생으로 맑은 영혼을 가진 시인이자 야생화를 찍는 사진가이기도 하다. 전국 방방곡곡 두메산골을 찾아다니며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그 마음을 시로 옮기는 작업을 완성한 시집이 바로 <꽃 앞에 무릎을 꿇다>이다. 이밖의 시집으로 <땅끝에서 온 편지>, <섬진강 편지> 등이 있고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야생화를 찍으러 다니면서 술과 담배를 무척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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