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친구를 보내며 - 이상개

마루안 2014. 12. 26. 09:20



친구를 보내며 - 이상개
-1593. 2. 5.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도 그치고
진중에 찾아온
친구를 보내며
이별 잔을 든다


이제 싸움이 벌어지면
나는 싸움터로 가야 하지만
그대는 어디론가 피란 갈 테지


만나고 헤어짐은
생사와도 같은가
술 한 잔의 정과
술 한 잔의 쓸쓸함


진중이 유림터는 아니지만
풍류의 멋조차 맛볼 수 없네


그러나 벗이여
내 한 몸 술잔에 있음이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 떠 있기 때문이리라



*시집, <시, 난중일기>, 경남출판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 - 이상개
-1592. 3. 5.



서애(西厓)는 내 어릴 적 어깨동무
그의 총명함과 인품은 넓고 따뜻해
정승이 되어 권세가 하늘을 찔러도
하찮은 미관말직의 친구 걱정 하는구나
사리사욕 당략도 아랑곳없이
과감히 천거하여 중책을 떠맡기더니
오늘은 인편에 전술책 한 권 보내왔네
이름하여 증손전수방략
해전, 육전, 화공법을 읽어 가노라니
손오자 병법과는 또 다른 병법이라
참으로 만고에 특이한 전술과 전략
가슴이 탁 트이고 눈이 환히 밝아오네
서애여 고마우이 내 진충보국함세.





# 지방의 원로 시인 이샹개 선생이 난중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풀어낸 시다. 쉽고 명료하게 감동이 전해온다. 오래전에 난중일기와 징비록을 읽으면서 울거나 울분을 토하거나 했던 기억이 새롭다. 내가 글자를 깨우친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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