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통증엔 별이 없다 - 고재종
내가 잠 못 이루는 밤에, 라고 쓰면
딴엔 화사한 것이 적지 않던 너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고 번역하던 창가였다.
창문을 열면 이제 별 한 톨 없이
고속도로의 굉음만 쏟아져 들어오는 밤,
통증 때문에 침대 끝에 나앉았는데
호랑이띠인 너는 무슨 으르렁거릴 게 많아서
이빨을 득득 갈며 잘도 잔다.
무게라면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라도
네 것까지 한껏 도맡아 안고
별빛으로 길의 지도를 읽어대던 시절의
빛이 사라진 후, 쾌락이라면
마지막 한 방울의 것까지 핥고 핥던 서로가
아픔은 한 점이라도 서로 나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멜 필요는 없으리라.
우리가 살고 사랑하고 상처 입은 날들의
적재(積載)와 같은 마주보이는 어둠의 아파트,
하기야 생계 하나만으로도 서둘러 일어나
저렇게 몇몇 창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또한 늘상 너와 내가 아니던가.
생계 본능으로 새벽을 일으키는 네가
딴엔 화사했던 것들을 곤한 코골이로 지울 때
닭띠인 나는 꼬기오, 나 대신 울어주는
휴대폰을 꺼버리고 너의 이불을 여미고,
네 늦어버린 출근길에 지청구를 듣는다 해도
잠 못 이루는 이 통증의 마음엔 별이 없다.
*시집, 쪽빛 문장, 문학사상사
생일 그리고 저쪽 - 고재종
이 세상에 웃을 일이란 없어서 먼 저쪽은 생기고
모든 웃음은 오해에서 생겨나서 그곳을 보는가
그 조각도가 구릿빛 땀방울로 작품에 새긴 것은
악담가들이 트집 잡는, 부러 펑 뚫은 가슴이 아니었네
칭찬가들이 추켜대는, 미처 손 못 본 코도 아니었네
여름날 들판에서 소에 풀을 뜯기다가 문득
산자락 너머 끝 간 데 없는 저쪽을 바라보던 초동처럼
우두망찰 먼 저쪽을 바라보곤 하는 그,
돈 몇 푼을 아끼느라 머리도 완전히 배코 쳐버린 채
창세 이전의 혼돈 덩어리로 창세 이후를 수정하려다가
이목구비 반듯한 애인에게마저 부정당했던 그,
오늘은 그런 그의 생일이지만 생일상 하나 못 받고
그가 석물일 맡은 어느 문중 묘역의 남근석 앞에서
남근의 귀두가 너무 작아서 안 되겠다느니, 길이는
왜 이리 짧은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지청구를 듣네
산자락 멀리로 끝 간 데 없는 저쪽은
언제나 저쪽일 뿐, 다른 도리가 없겠는데
이젠 다만 석공으로 불릴 뿐인 그가 우두망찰하면
가끔은 인생을 견딜 수 없는 경우가 치민다
누구도 오르지 않으려는 성벽에 오르려고
둘을 쌓아 올리다 스스로 돌 속에 갇힌 채
마치, 나는 장님이 되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눈동자처럼 고독하다고 외친 시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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