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마루안 2014. 2. 13. 22:12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다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눈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 사이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 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일 없이 돌아누워 두눈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날 속인다.



*시집,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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