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아득한 성자 - 조오현

마루안 2013. 12. 2. 22:12



아득한 성자 - 조오현

 


하루라도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조오현 시집, 아득한 성자, 시학사

 







침목(枕木) - 조오현



아무리 어두운 세상을 만나 억누려 산다 해도
쓸모없을 때는 버림을 받을지라도
나 또한 긴 역사의 궤도를 받친
한 토막 침목인 것을, 열매인 것을


영원한 고향으로 끝내 남아 있어야 할
태백산 기슭에서 썩어가는 그루터기여
사는 날 지축이 흔들리는 진동도 있는 것을


보아라, 살기 위하여 다만 살기 위하여
얼마만큼 진실했던 뼈들이 부러졌는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파묻혀 사는가를


비록 그게 군림에 의한 노역일지라도
자칫 붕괴할 것만 같은 내려앉은 이 지반을
끝끝내 받쳐온 이 있어
하늘이 있는 것을, 역사가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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