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디에서 우는가 - 김사이
재개발도 안 되고 철거만 가능하다는 곳
삶이 문턱에서 허덕거린다
햇살은 아무것이나 붙들어 들어갔다 뺏다 하고
선과 악이 날마다 쌈박질하며
그 속으로 더욱 궁둥이를 들이밀고
달아나려 매번 자기를 죽이면서도 눈을 뜨는
내 바닥 불륜의 씨앗이 작은 방죽처럼 둥그랗게 모여 있는
닭장촌, 정착지도 모르고 날아들었다가
가로등 불빛에 타죽어가는 날벌레 목숨 같은
오누이가 사랑을 하고 사촌오빠가 누이를 범해 애를 낳는 그곳
온몸 짙푸른 얼룩을 감추기 위해 더워도 옷을 벗지 않는
엄마가 얇은 시멘트 벽 옆집 남자랑 도망가 없어도
어른이 되어가는 그곳
수많은 세대들이 서너 개의 공동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그곳
문밖에 버려진 작은 화초들, 으깨진 보도블럭에서 솟아나는 풀들
바닥 틈 속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간혹 보일 듯 말듯 한 꽃도 토해놓고
나 도망가다 멈춰선 그곳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 실천문학사
가리봉엘레지 - 김사이
햇볕이 타는 한낮
가리봉오거리
슬리퍼에 맨발로
술 취해서 돌아다니는 후줄근한 남자
시장 복판에서 한바탕 몸씨름과 입씨름을 하다가
여자에게 허리춤 잡혀 끌려가고
無事한
그래, 이곳도 서울
아직 뱉어내지 못한 징그러운 삶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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