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마흔여섯의 길 건너기 - 권오표

마루안 2013. 2. 10. 21:28



마흔여섯의 길 건너기 3 - 권오표



청맹과니
청맹과니
눈보라 속을
지등(紙燈) 하나 들고
절뚝거리며 가는
사내



*시집, 여수일지, 문학동네





마흔여섯의 길 건너기 2 - 권오표



갓길 없음


안개 주의









마흔여섯의 길 건너기 1 - 권오표



서둘지 마, 이젠 가보는 데까지 가보는 거야. 어차피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린걸. 깜부기 날리던 유년의 횟배를 앓으며 허위허위 여기까지 와서 조금은 두툼해진 지갑. 이대로 서 있을 수는 없잖아. 일탈의 한기를 아는 자만이 승리하리니. 내 앞을 가로막는 자 그 누구. 이젠 잊어버리라구. 어젯밤 늦은 귀갓길 휘황한 네온 그늘 아래 소리도 없이 지던 자목련 꽃잎 하나, 숙취의 토악질에 아직도 뒷골이 무거워. 자꾸 이러지 마. 당신의 손을 잡아주기에는 난 너무 바쁜걸. 다시 한번 넥타일 바짝 조이라구.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뒤돌아보지 마. 그냥 가보는 거야. 되돌아가기엔 너무 너무 먼 길을 왔으므로.






# 이미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어떻게 사십대가 흘러 갔을까. 누가 사십을 불혹이라 했는가. 내게는 불혹이 아니었다. 늘 유횩에 시달리면서 무책임하게 흘러갔다. 오십대가 닥쳐도 여전히 철은 들지 않고,, 흐린 날도 기쁘게 받아들이면 조금 위로가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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