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마루안 2013. 1. 10. 07:05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放下着) - 집착을 버린다는 뜻의 불교 용어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 - 도종환



내 목소리를 듣기만 하여도
내 가슴 속에 비가 내리고 있는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지
금방 알아채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 노랫소리를 듣고는
내가 아파하고 있는지
흥겨워하고 있는지
금방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 마음의 음색과 빛깔과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나를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시편 - 고운기  (0) 2013.01.12
갈대 - 신경림  (0) 2013.01.11
드라이아이스 - 김경주  (0) 2013.01.10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 허연  (0) 2013.01.05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0) 201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