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가 할머니를 품고 - 배임호
칼바람 몰아치는 꼭두새벽이다
구십도 허리 굽은 할머니가
너덜너덜한 손수레에 빈 박스를 차곡차곡 쌓고
어그적어그적 생의 길을 간다
보험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황혼 인생
온종일 품팔이 몫이
2천 원이란다
"자식들은요?"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보며
"즈들 날났데이"
한마디 툭 던지고는
어둠 속을 헤치며 간다
손수레가 할머니를 밀고 간다
저 양식을 구하는 빈자의 꼭두새벽에서
내 어머니를 만난다
*시집/ 우리는 다정히 무르익어 가겠지/ 꿈공장플러스
하나뿐인 명품 - 배임호
가정이건
직장이건
거리마다
다들 적(敵)을 두고 있다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막히는 일이 없어 희열이 넘칠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할 때나
아무리 둘러봐도 종점에선
고독이 운명인 양 섬으로 서 있는
홀로이다
남과 비교 같은 거 하지 않으면
마음은 언제나
호수처럼 고요한 것을
괜스레 이웃과 견주다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애당초 나의 존재란
하늘이 수제(手製)한
지구상 하나뿐인 명품이 아니던가
*시인의 말
세상은 아름답게 창조되었다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희(喜)로 시작해서 락(樂)으로 마무리되는 삶
중간에 있는 노(怒)와 애(哀)는 그저 배경음악일 뿐
락(樂)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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