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손수레가 할머니를 품고 - 배임호

마루안 2022. 8. 31. 21:42

 

 

손수레가 할머니를 품고 - 배임호

 

 

칼바람 몰아치는 꼭두새벽이다

 

구십도 허리 굽은 할머니가

너덜너덜한 손수레에 빈 박스를 차곡차곡 쌓고

어그적어그적 생의 길을 간다

 

보험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황혼 인생

온종일 품팔이 몫이

2천 원이란다

 

"자식들은요?"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보며

"즈들 날났데이"

한마디 툭 던지고는

 

어둠 속을 헤치며 간다

손수레가 할머니를 밀고 간다

 

저 양식을 구하는 빈자의 꼭두새벽에서

내 어머니를 만난다

 

 

*시집/ 우리는 다정히 무르익어 가겠지/ 꿈공장플러스

 

 

 

 

 

 

하나뿐인 명품 - 배임호

 

 

가정이건

직장이건

거리마다

 

다들 적(敵)을 두고 있다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막히는 일이 없어 희열이 넘칠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할 때나

 

아무리 둘러봐도 종점에선

고독이 운명인 양 섬으로 서 있는

홀로이다

 

남과 비교 같은 거 하지 않으면

마음은 언제나

호수처럼 고요한 것을

괜스레 이웃과 견주다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애당초 나의 존재란

하늘이 수제(手製)한

지구상 하나뿐인 명품이 아니던가

 

 

 

 

*시인의 말

 

세상은 아름답게 창조되었다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희(喜)로 시작해서 락(樂)으로 마무리되는 삶

중간에 있는 노(怒)와 애(哀)는 그저 배경음악일 뿐

락(樂)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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