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십일월 - 전윤호

마루안 2020. 11. 20. 21:22

 

 

십일월 - 전윤호


내가 아는 사람은 모두 떠났다
아무도 모르는 거리에서
허공을 과적한 트럭처럼 휘청거려도
밥집들은 제 시간에 문을 닫고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
눈물로 모인 호수는 망자들의 집
놀라게 할 가치도 없는 사내 하나쯤
제방에 앉아 노래하면 어떠리
음정도 안 맞는 돌팔매로
제 얼굴을 맞추면 또 어떠리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맨 끝자리에 혼자 앉은 조문객으로
이 가을이 또 저무는 것을


*시집/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북인

 

 




OST - 전윤호


남의 이야기에 묻히고 싶어
시작도 끝도 아닌
중간에 대충 나오고 싶어
어차피 주인공이 아니니
인상적인 부분도 없고
슬픈 죽음도 없겠지
그래도 노래는 청승맞게 부를래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는
빠른 박자는 취향이 아니야
댐이 막은 강처럼 느리게
안개도 좀 피우면서 흐를래
노인은 암에 걸려도
오래 끌 수 있다지만
아버지는 너무 힘겹게 떠났지
마지막까지 남은 건 재수 없어
찢어버린 복권들
떠나버린 사람들
남의 이야기에 묻히고 싶어
아무도 모르는 노래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