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늙은 애인아 - 이지상
나의 늙은 애인이 가릉 가릉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읽어 주는 밤이었다라고 쓸 그런 밤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늙기 시작했고 나의 늙은 애인은
어느 페이지 행간에 틀어박혔는지 그런 밤엔 잠도 오지 않았다
나의 늙은 애인아 어감도 좋은 나의 늙은 애인아
볕 좋은 지붕 위 고양이처럼 순하게 늙어 가자
나의 늙은 애인아 아직 오지 않은 나의 늙은 애인아
느릿느릿 흐르는 강물처럼 천천히 늙어 가자
생의 구비란 고갯길을 벌써 넘어 왔을 나의 늙은 애인아
여덟 시 삽십오분 발 정선행 기차를 타고 오늘을 떠나자
첩첩산중이면 어떠랴 당신은 나의 능선이 되고
나는 그대의 능선이 되어 설운 삶의 고갯길을 넘어가도 좋겠다
나의 늙은 애인아 어감도 좋은 나의 늙은 애인아
아우라지 장터국밥 한그릇처럼 뜨끈하게 늙어 가자
나의 늙은 애인아 아직 오지 않은 나의 늙은 애인아
덕산기 숲 속 책방 부부처럼 삶을 시로 쓰며 살자
나의 늙은 애인아 어감도 좋은 나의 늙은 애인아
볕 좋은 마루 위 고양이처럼 순하게 늙어 가자
나의 늙은 애인아 아직 오지 않은 나의 늙은 애인아
느릿느릿 흐르는 강물처럼 천천히 늙어 가자 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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