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동백 다방, 그 쓸쓸함의 기억

마루안 2019. 5. 22. 22:31

 

 

 

 

 

 

동백 다방이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 마라. 이 다방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 하고 있으니까. 내가 다방을 처음 간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을 못한다. 아마도 스무 살 무렵 학교 앞 음악 다방이었겠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동백 다방은 군복무를 했던 서해안의 작은 포구에 있었다. 군기 바짝 든 신입병 시절이야 엄두를 못 냈지만 말년병 때는 자주 머물던 곳이었다.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들어갈 때나 누가 면회를 왔을 때도 이곳이 만남의 장소였다.

 

홍마담과 미스 양이 생각난다. 여러 명의 레지들이 있다가 떠났지만 다른 사람은 별 기억이 없다. 당시의 다방 레지들은 보통 6개월 정도 머물다 떠났다. 미스 양은 1년 가까이 머물렀을 것이다. 유독 나한테 살갑게 대해주던 미스 양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장소였지만 마을 어른들이 주로 앉는 구역이 있었다. 당연 청년들 좌석은 반대쪽으로 구별 되었다. 커다란 어항에서 금붕어가 유유히 놀고 배호와 심수봉의 노래가 흘러 나오던 곳, 미스 양과 대화를 하다 심심해지면 성냥개비로 탑을 쌓기도 했다.

 

이따금 배달 나간 미스 양이 보이지 않으면 포구를 바라 보며 한참을 앉아 있다 오곤 했다. 그녀와 무슨 약속이나 그렇다고 사무친 사연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미스 양이 좋았다. 지금 보니 나의 화양연화는 동백 다방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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