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권의 날 기념식을 유튜브로 보았다. 낮은 곳과 소외 받는 사람을 향한 인권 대통령답게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런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장소도 특이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성당이었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걸을 때가 많은데 가끔 들러 혼자 조용히 앉아 있다 오곤 했던 곳이다. 그곳은 늘 열려 있어서 혼자 있고 싶을 때 들르기 좋았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라는 제목을 단 기념식장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 인권선언문 한 부분씩을 각자 낭독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예전 보수 정권에서는 꿈도 못꿀 일이다. 지난 여름 세상을 떠난 노회찬 의원이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았다. 유족들에게 추서하는 무궁화 훈장을 문 대통령이 직접 수여했다.
노회찬 의원은 아마추어 첼로 연주가였을 정도로 다양한 예술적 감각을 가졌다. 그가 즐겨 연주했다는 슈벨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첼로 연주가 흐를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기념식이라는 것이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날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념식은 한 편의 무대 공연을 본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기념식의 마지막은 모든 참석자들이 아침 이슬을 함께 부르는 것이었다.
기념식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계속 들었다. 이 곡은 파블로 까잘스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였던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다. 구소련 태생인 그 또한 반체제 인사의 인권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조국에서 연주를 금지당하고 망명길에 올랐고 30년 가까이 무국적자로 떠돌았던 인물이다. 25분 가량의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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