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속하는 두 귀 - 한영수
여기쯤에서 한 장 기억이 되자
11월이 파종한 깊은 주름에
눈송이 모양의 얼룩과 또 발달하는 잔주름이 조합된
삶의 기술
지금을 다해 손을 흔든다
얼굴의 반원이 다른 세계로 돌아갈 때까지
흐르는 단풍잎 시간을
이별의 예의라 발음해도 될까
지난 이야기는 평범해지지 쉽게 그까짓 것이 되어버리지
모서리를 세우던 밤도
사방에 걸어둔 말줄임표도
걸었던 길만큼이나 긴 혼잣말도
비어가는 가지 끝 낮달의
하얀 무게
하얀 냄새
눈시울에 동쪽과 서쪽이 겹친다
햇살이 골고루 조율하는
그곳에 속하는 두 귀
바닥을 치는 소리 짧게, 들을 일만 남았다
*시집, 케냐의 장미, 서정시학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 한영수
분명하게 그는 발견되었다
뉴타운 3구역이었다
텔레비젼 케이블에 목이 감긴 채
주머니엔 3만원이 전부였다
전부를 위아래로 만지작거렸을 지문은
언제 자취를 감췄을까
뭉개진 자리에 얼굴이 있었다고
자주색 남방이 겨우
더듬거렸다
사회면 하단을 빠끔히 밀고
몇 줄에 요약된 그는
3인칭 여전히
단수
내장을 드러낸 매트리스처럼
입을 닫은 냉장고 위 푸른 빵처럼
따로 뒹구는 음류수 캔처럼
분명하게 발견되었을까 그는
계속해서 철거인부들은
자신의 지붕일지도 모르는 지붕을 망치질 했다
눈먼 땀방울이 흐르고 어제와 똑같이
태양은 우주의 3시를 지났다 골목은
굴삭기 굉음으로 귀를 채웠다
# 한영수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2010년 <서정시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최치원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케냐의 장미>가 첫 시집이다. 여성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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