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풍경이 말하는 - 전성호
내가 연 세상 내가 닫고 가야 한다
문제는 많은 문을 열었다는 것
풀잎 하나 스스로 흔들리지 않듯
오가는 모든 것 바람의 눈을 가졌나
한여름 뼈를 깎는 매미처럼
예리한 칼날 위를 넘어가는 가시들의
따가운 소리 그러나
빈 하늘의 적요는 깨어지지 않는다
어깨에 어깨를 의탁하며
지울 수 없는 바람의 눈으로
뼈를 깎는 귀들아 보아라
얇은 풍경의 잔떨림,
내가 뱉은 말들이 나를 꿰뚫고 있다
한 몸 먼지 되어 날리는
단순하게 여과된 공중에서
나는 나를 들을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한 탓하지 마라 가난한 네 뼈의 틈새를
*시집,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실천문학사
성자의 눈을 닮고 싶은 - 전성호
–최해완
머슴의 아들 내 친구, 우리는
새콤하고 단 버찌 맛을 안다
눈시울의 긴 털까지 노스님을 닮았다
새벽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아비 목청만 높다 꽃이 핀 오동나무 사이로 해가 지면
빨리도 저녁잠을 챙기던 아이
산간벽촌에 군인으로 장기복무를 하다 지금은
그냥 절간에 앉아 있다 했던가
장작 패는 소리, 닭 울음 들리지 않던 울 너머
빈 쌀독 부엌은 어두웠다 햇빛 쉬었다
가는 마당에 빗방울들이 가끔 찾아와 물곬을 만들고
뒷간 똥통은 말라붙고
돼지우리가 강아지풀로 덮여 있었다
그 아이의 눈 비로소 분별을 놓게 하는 미얀마
이곳까지 찾아온 아이는 늙어가는 몸이 아프기나 하신가
아직도 적막한 아이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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