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소년 - 하상만

마루안 2018. 7. 3. 21:12



소년 - 하상만



연락이 닿은 친구들은
만나보면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커피보다는 술을 좋아했고
책보다는 돈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당신들처럼 되고 싶어서
흔들리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귀여운 것은
약한 사람이라서 그런데
약한 어른은 귀여워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 나와
따뜻한 봄볕을 쬐다 보면
내 속엔 아직
소년이 있는 것 같았다



*시집,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문학의전당








앞 - 하상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잘 택해야 한다
어떤 친구들은 부동산을 택했고
어떤 친구들은 주식을 택해서 살아가고 있다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호흡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생명이란 무엇일까, 이게 요즘 내가 택한 생각이다
친구들은 점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는 점점 어디에서 왔는가를 고민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부터 친구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
술자리에 끼어도 재미가 없다
술 한 잔 걸치고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집으로 간다
음악을 듣다가 아저씨 앞으로 한 곡만 돌려보세요, 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한 곡 앞으로 돌린다
들려오는 노래는 방금 듣던 노래의 다음 곡이었다
나는 방금 지나온 곡을 듣고 싶었다
아저씨에게 앞은 나와 반대로
지나온 삶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었다
모두가 앞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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