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누나와 고모의 증언에 의하면 아버지는 나를 저주했다. 아버지는 어머니 뱃속에 내가 들어섰을 때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당신의 병이 내가 생기고부터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찾아오면 어머니의 배를 쳐다보며 저 새끼 나오면 바로 죽이겠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내가 태어났을 때 당신은 나를 죽일 기세였다. 그러나 이미 병마와 싸우다 기력이 다한 어버지는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다.
아편과 노름으로 그 많던 재산 탕진한 것도 모자라 어떻게든 병마를 이겨내겠다고 빚까지 내서 발버둥을 쳤지만 당신은 내가 세상에 나온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 가까스로 유복자를 면한 것이다.
어머니는 해산도 제대로 못하고 장례를 치렀다. 점 치는 것 좋아했던 작은 어머니는 점쟁이의 말을 믿었다. 내가 생기면서 집안이 기울었고 아비까지 잡아 먹은 중 팔자 운명이라고,, 과연 내 출생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나는 언젠가부터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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