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0년 전 - 서정춘

마루안 2014. 10. 13. 21:37

 

 

30년 전 - 서정춘
-1959년 겨을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시집, 죽편, 시와시학사






죽편(竹篇).1 - 서정춘
-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죽편(竹篇).2
-工法


하늘은 텅 빈 노다지로구나
노다지를 조심해야지
조심하기 전에도
한 마디 비워 놓고
조심하고 나서도
한 마디 비워 놓고
잣대 눈금으로
竹節 바로 세워
허허실실 올라가 봐
빈 칸 딛고
빈칸 오르는
푸른
아파트 공법





죽편(竹篇).3
-님


사월 초파일은 오신 님의 날이외다
오늘은 대나무조차도 오신 나의 님이외다
하늘 꼭대기까지 마디마디 들숨으로 닿아 오르다가 이윽고 안으로 구부리며 날숨을 비워 내린 님이 외다
마치, 바람을 잡아당기듯 虛心을 탄 나의 님

반동그란 활 모양의 禪모양이외다

 

 

 

 

# 서정춘 시인은 1941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물방울은 즐겁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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