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낙화 - 이형기

마루안 2014. 10. 11. 20:16



낙화 - 이형기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선집, 별이 물되어 흐르고, 미래사

 






 

코스모스 - 이형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라미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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