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물의 시 - 김광섭
누군가 현을 풀어놓는다 하여
푸른 물의 시를 유서로 읽지 말 것
그는 무장한 새가 되어 영하에서 다시 태어난다
펼쳐진 악보처럼 힘차게 날씨를 바꾸어 놓으며
누구도 그를 쉽게 복사하지 못한다.
폭설을 견디기 위해서는 담요를 덮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담요는 추위로부터 그를 보호하겠지만
그는 빙점하에서 극한을 상상한다.
지하에는 물기의 영혼이 있다
물 향기 여명 속에서
물로 빚은 세계가
순교자의 입술을 위무한다
그의 음악은
이슬과 빛에서 태어났다.
그의 난파를 사랑한다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는 음속과
낙원을 떠나 냉정에 반응한 음파와
신을 이탈하는 음향을
그는 구원과 맞서 싸운 음악이다.
물의 기운 곁에 여혼(旅魂)이 둘러싸이면
내 애상의 정적인 그가
심층으로 온다.
청력은
불순물의 순수를 간직하는 것.
우물에서 태어나 용암처럼 솟은 그는
스스로 개화한 빙결한 불새다.
*시집,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파란출판
푸른 빛깔의 마을 - 김광섭
시신의 눈을 보고
여자는 매섭다 해
어디에 있었나
누가 나를 믿지 못하느냐
의심이 금지된 청와
늙은 말과 세월의 무덤
사람의 살을 뜯어 먹고 사는 마을
상주는 보았지
흰자위를 떠도는 망자의 속눈썹을
둘째야,
저승에서 보면
이승이 지옥이구나
매장이
의문 없이 시작되면
여름밤이 올 때까지 심판의 증인이 되리라
고요한 불신의 탄생
하얗게
하얗게
물결치는 단두대
불신이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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