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앞에서의 후회 - 최준
-춘천 12
미군부대와 춘천역
인형처럼 어여쁜 누이들의 홍등가를 다 알았지만
모르는 척해야 했지
마약을 너무 하지 마
그건 우리 생의 포크 기타에 대한 모독
한 번의 불꽃은 용서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실수는 방화범으로
생은 구속되고, 무릎이 꺾였지
어디로 가지?
혁명을 다룰 수 없는 우리에겐 술과 음악뿐
자정을 불 끄는 건 심야의 관행
아니라고 하겠지만
우린 다 아팠지 아픔을 빌미로
여기까지 굴러왔지
춘천이 이러면 어때?
음악과 연애와 친구들의 거리인데
방화만 저지르지 않으면
싫든 좋든 다 후배 친구 선배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웃으며 인사할 수 있었는데
한잔 술로 더불어 불 끄러 출동하자고
약속했었는데
*3인 시집, 슬라브식 연애, 달아실
안개 손님 - 최준
-춘천 7
폭풍의 언덕 없는 그곳에도
풍우의 날들이 있었다 가을은 오고
늦은 아침밥을 먹던 시월 일요일
골목 가득 들어찬 안개
때문에, 관절염을 앓았다
연탄불에 구운 조기를 발라 숟가락에 얹어주시며
혹여 누가 올까 낡은 철대문을
닫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여섯 자식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시인의 말
춘천에서 보낸 날들이 까마득하다.
뽕나무밭이 바다가 된 세월.
그 도시엔 여전히 그립고 사랑하는 이들이 산다.
그쪽으로 마음 방향을 돌리면 왠지 모를 미안함으로 고개를 숙인다.
준 것 없이 받기만 했다.
은혜 갚을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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