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운문사를 거닐다 - 오종문

마루안 2018. 10. 1. 19:57



운문사를 거닐다 - 오종문



몇 됫박 삶 동냥하고 이 절집 찾은 걸까
난 누구고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걸까
몸 낮춰 발소리 죽여
이 길을 걷는 걸까


다복솔 개울물에 발 담근 채 경을 듣는
생각이 너무 많아 독이 되는 남루한 하루
안개로 풀어지느냐
설법으로 풀리느냐


나 이제 못 가느니 도반 그만 가게 하고
저문 산 땅을 닮고 그 마음 하늘 닮는
운문사 은행잎 한 장
내려 놓는 이 가을



*시집, 지상의 한 집에 들다, 이미지북








가을이 절정이다 - 오종문



아침에 조깅하다 코스모스를 보았다고 푸른 하늘을 보았다고 그대를 생각했다고 산책길 느티나무와 마주쳤다 고백한다


막새바람 왔다 가는 창문가에 서성이며 흔들리는 코스모스 불타는 느티나무 그 아래 동침하는 달 보고 싶다 말한다


한 자리 너무 오래 눈물 닦고 살았다고 수많은 가을날을 보낸 뒤에 깨달았다 누군가 붙잡고 앉아 절박하다 말한다


이 가을 절정을 두고 난 어쩌란 말인가 두 눈이 간음한다는 그 말이 참말이라 오늘은 질끈 눈 감고 고백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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