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가 닿을 것인가 - 손월언
생각나니?
나 원래 동주였던 거
릴케였다가
푸시킨이었으며
네루다였다가
수영이었던 거
두진이었던 거
사인처럼 슬픔이 깊어지기를
명수처럼 쓸쓸한 시가 내게 오기를
정만처럼 신들린 듯 시를 써대다가
이들 모두의 숨죽인 밤들이
내게 등불이었음을.
그 불빛 아래
나 아직 언 손을 부비우나,
사랑을 잃고도 살았으며
더 쓸쓸해지기 전에 발길을 돌리고
여전히 내일 쓸 체력을 걱정하는 중이니
나 어디에 가 닿을 것인가?
*시집.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문학동네
Correspondance B - 손월언
재능은 재앙인 것이 분명하다
스스로 그것을 기꺼워하는 순간
그것은 고난의 인력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유성처럼 어딘가로 멀어져만 갈 것이므로
*시인의 말
목숨을 바치라는 친밀한 권유
시의 은혜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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