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줄 音

김형옥 - 사철가

마루안 2015. 10. 7. 07:50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 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 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 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 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 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오
인간이 모두가 팔 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허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의 일배주 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 허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 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 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 한 잔 더 먹소 덜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세

 

 

# 우연히 소리꾼 하나를 알게 되었다. 조상현 명창의 수제자인 김형옥 선생이다. 스승인 조상현 선생은 워낙 유명한 분이니 그렇다치고 이 소리꾼 또한 들을수록 묘한 매력의 목구성을 가졌다. 한 번 들으면 서너 번 반복해서 듣는다. 언제 들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