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 낭만에 대하여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 버린 것에 대하여
밤 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 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나이 먹을수록 좋아지는 노래다. 가사도 선율도 가슴에 착 안기는 노래다. 최백호 만큼 연륜이 쌓일수록 아름다워지는 사람이 있을까. 그라고 늙는 것을 좋아할 리 없지만 곱게 늙어가는 사람의 전형이다.
대중 가수에게 예술가란 칭호 붙이기를 망설이는데 최백호야 말로 참 예술가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것만 봐도 그는 시인이 되고도 남는다. 오래 기억할 고급스런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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