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낡은 구두 - 백성민

마루안 2018. 12. 22. 19:35

 

 

낡은 구두 - 백성민

 

 

어느 한때

있다는 그 존재의 의미마저

세월의 흐름에 남겨둔 채

 

무심히 버려두었던

세월의 저편에는 늘 네가 있었다.

 

진창길을 걸을 때나

뜨겁디뜨거운 아스콘의 열기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안타까운 신음 한 번 없이

걷어 차버린 허공 속에서 너는 얼마나 아파했을까?

 

아무도 볼 수 없는 밤,

나는 정성들여 너의 이마에 부끄러운 입을 맞춘다.

 

 

*시집, 죄를 짓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아름다운사람들

 

 

 

 

 

 

푸른 꿈 - 백성민

 

 

어느 산자락에 뿌리를 내렸을

너의 꿈은

오늘 나에게 와 머문다.

 

시린 햇살마저 어쩌지 못하는

푸른 하늘은

벌거벗은 자유로움으로 문을 열고

 

밤새 그리움을 직조하던

내 헛된 수고로움은

처마 끝에 매달린 낮달의 미소와 같은 것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굳어진 가슴에

이름 없는 꽃 한 송이를 다시 피우기 위해

 

어느 들녘 누구와 노닐었느냐?

바람이 먼저 들고

바람이 먼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