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 백성민
어느 한때
있다는 그 존재의 의미마저
세월의 흐름에 남겨둔 채
무심히 버려두었던
세월의 저편에는 늘 네가 있었다.
진창길을 걸을 때나
뜨겁디뜨거운 아스콘의 열기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안타까운 신음 한 번 없이
걷어 차버린 허공 속에서 너는 얼마나 아파했을까?
아무도 볼 수 없는 밤,
나는 정성들여 너의 이마에 부끄러운 입을 맞춘다.
*시집, 죄를 짓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아름다운사람들
푸른 꿈 - 백성민
어느 산자락에 뿌리를 내렸을
너의 꿈은
오늘 나에게 와 머문다.
시린 햇살마저 어쩌지 못하는
푸른 하늘은
벌거벗은 자유로움으로 문을 열고
밤새 그리움을 직조하던
내 헛된 수고로움은
처마 끝에 매달린 낮달의 미소와 같은 것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굳어진 가슴에
이름 없는 꽃 한 송이를 다시 피우기 위해
어느 들녘 누구와 노닐었느냐?
바람이 먼저 들고
바람이 먼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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