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동네에 TV가 있는 집은 대단한 권력이었다.
그 아이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텔레비전을 보러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속극은 대단한 인기였다. 수사반장, 소머즈, 타잔, 그리고 권투 중계,,
온 마을 사람들이 꽉 찬 안방은 극장과 다름아니다.
문제는 신발이다. 댓돌 위에 엉킨 신발을 바꿔 신고 가는 경우가 생긴다.
일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었다.
새 고무신을 누군가 신고 가고 헌 신이 남았다. 내 신발을 찾아 댓돌 위를 헤매는 동안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그집 식구 신발 외에 한 켤레가 남았다. 약간 헐렁한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신고 집으로 왔다.
이튿날 어머니는 단박에 내 신발이 바뀐 것임을 알고는 야단을 쳤다.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니다 결국 찾았다. 아랫 동네 아무개가 신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