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시간의 골계 - 서상만
마루안
2020. 11. 20. 22:01
시간의 골계 - 서상만
오늘은 또 몇 개의 세포가 죽었을까
몸이 나른한 날은 청진기가 없어도
세포가 파삭파삭 죽어가는 걸 느낀다
가끔 아령을 들고 근력을 보태면
가뜩이 마른 마들가리 나이 타령 하며
싱겁게 난다 긴다 해쌓지만
때 되면 그 다 녹초 될 것 뻔하니
삭아도 잘 삭아 진국 소리 듣거나
저 겨울나무처럼 영혼에 몸 맡기고
한량으로 놀다 가면 그 또한 어떠리
한 오백 년 살듯 죽기 살기 서성대도
하루아침 뜻밖 이승도 여기까지라면
공산에 달 뜬들 뭣 하나
*시집/ 월계동 풀/ 책만드는집
하직(下直) - 서상만
-나에게
죽음이야 지척에 와있는
줄 없는 후생이니 직행하든지
유성우(流星雨) 지는 밤
차라리 생혼화석으로 남든지
인적 뜸한 공터에
하얗게 개망초로 몰래 피든지
그도 저도 아닌 먼먼 나라
패왕에 불려가 사초나 쓰든지
*시인의 말
나는 아직 영원에 들 수 없다
못 버린 몇 권의 시초를 끌어안고
이생을 방황 중이다
가다오다
발 닿는 길목에 한 권씩 내려놓고
가볍게 떠날 일만 남았다
가서, 아득한 밀실에 들어앉아
또 무얼 꿈꿀지
그건 모른다, 그때 가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