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생인손의 열꽃같은 그리움되어 - 김남권

마루안 2019. 10. 8. 21:53

 

 

생인손의 열꽃같은 그리움되어 - 김남권

 

 

그리움의 숫자 만큼

쌓여가는 미움은

새순이 돋는 가지에 첫눈이 내리는 심정일까요

 

하얀 모래위를 구르는

파도의 몸짓되어

그대의 가슴속으로

빨려들 수만 있다면

 

아, 차라리

날개 잃은 접동새되어

그대 계신 곳 굽어 보며

울고 싶어요.

 

산철쭉의 붉은

절개

어우러진

연화대 위

등신불되어

 

손끝 마디마디

타들어 갈

생인손의 열꽃되어

꽃잎 같은 그대의 이름 부르며

내 차라리 불꽃이 되리, 불나비가 되리.

 

 

*시집, 하늘 가는 길, 혜화당

 

 

 

 

 

 

가을 가슴앓이 - 김남권

 

 

가을 하늘에서 뚝 뚝 떨어지는

가을 산빛에 놀라

낙엽이 가을을 훔치고 있습니다.

 

'가을앓이'에 한창인

무명시인의 어깨위로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가을 하늘에서 뚝 뚝 떨어지는

가을 울음에 놀란

여인이 가을을 훔치고 있습니다.

 

'사람앓이'에 한창인

무명시인의 가슴께로

가을 달빛이 쏟아지고

 

가을 하늘에서 뚝 뚝 떨어지는

가을 별빛에 놀란

영혼이 가을을 훔치고 있습니다.

 

아, '가슴앓이' 한창인

이 가을의 심장속에서

나는 가을을 훔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