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바람의 문장 - 성윤석

마루안 2019. 6. 10. 22:17



바람의 문장 - 성윤석



추억이란 자신의 아둔함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나 어쩌나, 학교보다는 어리석음을 먼저
배워버렸으니,
雲井驛에 와 나는 사라져버린 우물을 생각한다.
우물은 구름이 되어 하늘에 떠 있다.
바람이 데려가버린 우물.
그 바람을 눈에 새겨 먼저 가버린 이를 나는 안다.
식솔들이 뒤따라가
노잣돈을 녹슨 문고리에 걸어두었으나
그는 구름이 된 듯
내 어깨 위만 오른다.
바람 속에서 누군가를 위한 문장을 완성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세월이 오고 있다.
지난 일이란, 내 연못을 내어주었으나,
바람 부는 하천변 어두운 구멍으로 돌려받는 일,
市井에 네 연못을 내어주지 마라.
바람 부는 날 네가 앉을 물가 또한 없으리니.



*시집, 멍게, 문학과지성








달방 - 성윤석



사랑에서도 나 설움밖에 챙긴 게 없어
월세 같은 세월에 밀려
달방에서마저 달만 들고 나왔다네
월영동 반월동 완월동 신월동 두월동
달방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
나 바다에 다다르면,
천막 포차 꺼진 백열구에 내 달을 넣어
밤바다 물결을 타고 넘고 싶었다네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헤드셋을 건 채
바다로 질주한 생도 있었다지 아마
나 어두워진 채, 떠나온 달방을 보고 있다네
밤바다 물결 밤바다 물결


물이 결을 세워 솟아오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