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꽃이 질 때 - 성백술
마루안
2019. 4. 18. 22:09
꽃이 질 때 - 성백술
아주, 아주 오래전에
그녀가 나를 떠났다
단칸방 그 몇 년의 세월
우리가 함께한 건 무엇이었나
꿈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그 속삭임
사랑, 뭐 이따위 것들
꽃이 지면 그뿐이었나
사랑은 짧고, 기다림 혹은 그리움
맨살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날들은
긴 여름 타는 한 해 목숨처럼 길어
두고두고 한세상 건너가야 할
물결 같은 세월이거늘
그대는 왜 돌아누웠나
이른봄 붉은 꽃잎 지고
돌아올 수 없는 강물을 베고 누웠나
*시집, 복숭아나무를 심다, 시와에세이
로또복권 - 성백술
누구나 한 번쯤은 횡재하는 꿈에
로또복권을 사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갈수록 핍박한 삶 도저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을 때
달리 무슨 뽀족한 수가 없을 때
가파른 생의 험한 바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구나 일확천금의 요행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그만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들
어차피 사는 데 별 희망이 없거나
재미가 없는 개털들이다
요즘 세상에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서
부자 되었다는 말 들어본 적 없다
알고 보면 모두가 요행인 것이다
강도에 절도범에 사기꾼에 투기꾼까지
알고 보면 모두가 거품인 세상이다
오늘도 나는 로또복권을 산다
되든 안 되든 그건 요행일 뿐이지만
로또복권 그 허망한 꿈에 기대어서라도
일주일간의 행복한 기다림을 구매해야 한다.
저 높은 곳에 사는 하늘 같은 존재들이야
우리의 꿈을 모른다
인생역전 대박의 꿈
하루아침에 돈벼락 맞는 꿈
그 유혹, 뿌리칠 수 없다